인사 담당자가 매년 마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좋은 강사를 섭외했고, 만족도 조사 점수도 높게 나왔습니다. 수료증도 나갔습니다. 그런데 반년이 지나 돌아보면 조직에서 달라진 것을 짚어내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교육의 질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에 지식을 전달하는 설계였는데 역량이 남기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는지 정리한 것입니다.
지식 전달과 역량 이전은 다른 일입니다
강의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합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에게 같은 내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반면 역량은 대체로 판단을 여러 번 내려 보고, 그 판단이 틀렸을 때 무엇이 잘못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붙습니다. 프레임워크를 아는 것과 자기 회사의 지저분한 문제에 그 프레임워크를 걸어 보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후자는 강의실에서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육성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첫 질문은 "무엇을 가르칠까"보다 "무엇을 스스로 해보게 할까"가 되는 편이 좋습니다.
만족도 점수가 알려주지 않는 것
교육 만족도는 경험의 질을 보여주지만 역량의 변화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강의가 재미있고 유익했다는 응답과, 그 사람이 다음 분기에 다른 판단을 내렸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육성의 성과를 보려면 프로그램이 끝난 뒤 그 사람이 실제로 맡은 일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를 확인하려면 프로그램 자체가 실제 업무 과제와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측정할 대상 자체가 없습니다.
남는 프로그램의 네 가지 설계 요소
첫째, 가상 과제가 아닌 실제 과제
사례 연구는 안전하지만 그만큼 절실함이 떨어집니다. 자기 회사의 실제 문제, 그중에서도 매출이나 고객 이탈처럼 결과가 확인되는 문제를 다루면 참여자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틀리면 자기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과제를 다룰 때의 부담도 있습니다. 진도가 계획대로 나가지 않고, 중간에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있게 일정을 여유 있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둘째, 여러 부서가 한 팀으로
같은 부서 사람끼리 모이면 이미 공유하는 전제가 많아 새로운 시각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마케팅과 데이터, 기획과 운영이 한 팀에 섞이면 서로의 상식이 부딪히면서 질문이 생깁니다.
이 구성은 육성과 조직문화 개선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리합니다. 부서 간 벽이 왜 생기는지는 사일로에 관한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셋째, 짧은 집중이 아니라 긴 반복
1~3일 집중 과정은 일정을 잡기 쉽지만, 배운 것을 자기 일에 적용해 볼 시간이 없습니다. 월 1회처럼 간격을 두고 여러 달 반복하면 세션 사이에 현장에서 시도해 보고 다음 세션에 결과를 들고 오는 순환이 생깁니다.
이 순환이 있어야 "배웠다"가 "해봤다"로, 다시 "된다"로 넘어갑니다.
넷째, 경영진에게 보고되는 구조
결과물이 최고경영진에게 직접 보고되고 실행 승인까지 이어지면, 참여자는 자기 시간을 쓸 이유를 명확히 갖게 됩니다. 반대로 보고 없이 끝나는 프로그램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교육 하나 더 받은 것"으로 기억되기 쉽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보상이 부족할 때보다 성장이 멈췄다고 느낄 때 떠납니다. 육성 프로그램의 진짜 효과는 그 사람에게 "여기서 자라고 있다"는 감각을 돌려주는 데 있습니다.
육성은 리텐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인사 부서가 육성 예산을 지킬 때 자주 쓰는 논리는 역량 강화입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일 수 있습니다. 핵심 인재의 이탈 방지입니다.
성과가 좋은 구성원일수록 시장에서 선택지가 많습니다. 이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로 자주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성장의 정체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맡겨 주고, 그 문제를 풀 도구를 함께 주고, 결과를 경영진 앞에서 이야기할 자리를 주는 경험은 보상만으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육성만으로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보상과 경력 경로가 함께 맞물려야 효과가 오래갑니다. 육성 프로그램을 인사 제도와 분리해 단발성 행사로 운영하면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 남았는지 확인하는 방법
프로그램이 끝난 뒤 다음 세 가지가 남았는지 확인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는 실행 결과입니다. 보고서가 아니라 실제로 시도된 액션과 그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사람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다음 문제를 풀 수 있는 구성원이 몇 명 생겼는지, 그들이 다른 동료에게 그 방식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셋째는 자산입니다. 가설을 정리한 문서, 고객 인터뷰 노트, 분석 결과처럼 다음 프로젝트에서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기록이 남았는지 확인합니다.
세 가지가 모두 남는 형태로 6개월을 설계한 사례가 씩데이터 IX 워룸입니다. 컨설팅과 교육을 분리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가 회사 안에 들어가 실제 문제를 함께 풀면서 그 과정을 내부 인재가 흡수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발 기준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육성 프로그램의 결과는 설계만큼이나 누가 참여하느냐에 좌우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인원이 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바쁜 사람을 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결과를 약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일이 몰리는 사람이 회사의 문제를 가장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 사람이 배운 것을 다음 주 업무에 바로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여유 있는 인원은 적용할 자리를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대신 바쁜 사람을 넣을 때는 반드시 업무 조정이 따라와야 합니다. 참여 기간 동안 무엇을 위임하고 무엇을 미룰지 상사와 미리 합의해 두지 않으면, 프로그램과 본업 사이에서 결국 본업이 이깁니다.
직급을 섞을 것인가
한 팀 안에 직급 차이가 크면 발언의 자유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직급이 비슷하면 결정 권한이 부족해 실행으로 넘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생깁니다.
많이 쓰이는 절충은 실무 판단을 하는 층에서 팀을 구성하되, 결정이 필요한 시점에 경영진이 참여하는 자리를 따로 두는 방식입니다. 논의의 자유도와 실행력을 함께 확보하려는 구성입니다.
육성 프로그램이 흔히 실패하는 지점
마지막으로, 자주 반복되는 실패 패턴을 정리해 둡니다. 시작 전에 확인해 보시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과제가 추상적인 경우가 첫 번째입니다. "고객 경험 개선" 같은 주제는 범위가 넓어 6개월이 지나도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지표를 어느 정도 움직이려 하는지까지 좁혀야 합니다.
중간에 담당자가 바뀌는 경우가 두 번째입니다. 인사 이동이나 조직 개편으로 주관 부서가 달라지면 프로그램의 맥락이 끊깁니다. 시작 시점에 기록을 남기는 방식을 정해 두면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끝나고 나서 아무 자리도 마련되지 않는 경우가 세 번째입니다. 참여자들이 배운 방식을 다음 과제에서 쓸 수 있도록, 종료 후 몇 달 안에 후속 과제를 하나 배정해 두는 조직이 결과가 오래 유지되는 편입니다.
참고: 백영재, 《경계인: AI 시대, 새로운 인재의 조건》 · 백영재, 《THICK data 씩 데이터: 빅 데이터도 모르는 인간의 숨은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