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이라는 개념은 설명을 듣고 나면 대체로 수긍이 갑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그래서 누구를 뽑고 누구를 보내야 하느냐고 물으면 답이 막힙니다. 개념이 아무리 정확해도 관찰할 수 있는 형태로 쪼개지지 않으면 인사 결정에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섯 가지로 나눴습니다. 앞 글자를 모으면 경계라는 뜻의 MARGIN이 됩니다. 개념의 정의와 배경은 경계인 페이지에 정리했고, 여기서는 다섯 항목을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를 다룹니다.
M · Metacognition, 메타인지
모른다고 말할 때 길이 열립니다.
자기가 무엇을 아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능력입니다. 다섯 항목 중 경력이 쌓일수록 가장 빠르게 약해지는 힘이기도 합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 경험에 기대어 답을 빨리 찾아냅니다. 이 속도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장점이지만, 변수가 얽힌 문제에서는 함정이 됩니다. 이미 아는 패턴에 문제를 끼워 맞추기 때문입니다. 한 참가자는 프로그램을 마친 뒤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이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잘할수록 답을 빨리 찾아내는데 복잡한 문제에서는 그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관찰 지점은 회의입니다. 자기 판단의 근거가 어디까지 확실한지 구분해서 말하는 사람, 이건 제 추측이라고 먼저 밝히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A · Adaptability, 적응력
다시 초보자가 되어야 살아남습니다.
쌓아 올린 전문성을 내려놓고 낯선 영역에서 초보자로 시작할 수 있는 힘입니다. 도구와 시장이 몇 달 단위로 바뀌는 환경에서 한 번 얻은 숙련도를 지키려는 태도는 가장 빠르게 낡습니다.
적응력은 성격이라기보다 습관에 가깝습니다. 낯선 자리에서 초보자가 되어 본 경험이 여러 번 쌓인 사람은 다음 변화에서도 덜 저항합니다. 반대로 한 분야에서만 인정받아 온 사람일수록 초보자가 되는 일을 손해로 받아들입니다.
면접에서는 익숙한 방식을 버려야 했던 순간을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때 무엇을 느꼈는지까지 들으면 구분이 됩니다.
R · Risk-Taking, 리스크 테이킹
AI 시대에는 안전한 길이 가장 위험한 길이 됩니다.
검증된 방식만 반복하는 선택은 안전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야말로 기계가 가장 먼저 대신하는 영역입니다. 절차가 명확할수록 자동화가 쉽기 때문입니다.
이 항목은 개인의 성향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조직이 실패한 시도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구성원의 리스크 테이킹 크기를 결정합니다. 실패가 인사 기록에 남고 성공만 보상받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대범한 사람도 몇 번 겪고 나면 안전한 선택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이 항목만큼은 사람을 뽑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실패를 감당할 자리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GI · Generative Innovation, 생성적 혁신
낯선 연결이 새로운 지도를 만듭니다.
기존 자원을 다르게 조합해 지금까지 없던 설명과 해법을 만들어 내는 힘입니다. 아이디어의 개수가 아니라 연결의 거리가 척도입니다. 같은 분야 안에서의 조합은 경쟁사도 금방 따라 하지만, 멀리 떨어진 영역을 잇는 조합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참가 기업의 사례가 이 항목을 잘 보여 줍니다. 재이용률이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 데이터만 보면 답은 늘 할인 쿠폰이었습니다. 그런데 고객 인터뷰에서 나온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는 말과, 내부 데이터의 이용 기간 및 빈도 지표를 연결하자 완전히 다른 실행이 나왔습니다. 할인이 아니라 VIP 경험 설계였습니다.
멀리 있는 두 자료를 한 문장 안에 놓을 수 있느냐가 이 힘의 정체입니다.
N · Novelty-seeking, 호기심
새로운 질문이 낡은 답을 이깁니다.
자기 분야 바깥을 계속 들여다보는 성향입니다. 마케터가 물류 리포트를 읽고 개발자가 고객 인터뷰 녹취를 읽는 행동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AI가 답을 만드는 속도를 사람이 따라잡을 수 없는 시대에 남는 경쟁력은 무엇을 물을지 정하는 쪽입니다. 그리고 질문의 재료는 대개 자기 영역 바깥에서 옵니다. 한 참가 기업에서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 시키지도 않았는데 신규 입사자를 인터뷰하며 업무 실마리를 찾는 팀원이 나타났습니다. 호기심이 업무 습관으로 굳은 상태입니다.
다섯을 한 사람에게서 찾지 마십시오
현장에서 이 프레임워크를 쓸 때 가장 자주 나오는 오해가 있습니다. 다섯 항목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모두 충족하는 사람을 찾으려는 시도입니다. 그런 사람은 드물고, 있다 해도 우리 회사에 오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사용법은 팀 단위입니다. 여덟 명으로 팀을 짤 때 메타인지가 강한 사람과 리스크 테이킹이 강한 사람이 함께 있으면, 팀은 성급하게 결론 내지도 않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지도 않습니다. 개인의 완성도보다 조합의 균형이 결과를 만듭니다.
그리고 다섯 항목 모두 강의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실제 문제를 놓고 판단을 내려 보고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만 자랍니다. 그래서 씩데이터 IX 워룸은 6개월이라는 기간과 실제 과제라는 조건을 함께 둡니다.
